성인 | 헬렌 지오반니 로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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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으로 바위치기 }

헬렌 지오반니 로베어

Hellen Giovanni Lorbeer


걱정하지 마.
가장 마지막 순간에도 내가 네 곁에 있을거야.

두상 COMMISSION @nk_coms8

헬렌 지오반니 로베어, 그의 체향을 기억하는가? 햇볕에 잘 마른 빨래와 잔디의 풀내음, 타들어가는 장작불의 향기가 나던 그에게선 이제 사뭇 다른 향이 났다. 소독용 알코올 향과 온갖 마법약에 들어가는 재료의 냄새, 옅은 혈향… 그리고 그를 감추려 뿌린 듯한 나무 향 향수. 그 향기들을 따라가다보면, 시간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은 채도 낮은 녹색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가끔 몇 번 숱을 친 것 외에는 달리 자른 적 없는 곱슬 머리카락이다. 아마 풀어내리면 제 허벅지까지는 올 것인데, 무겁지도 않은지 용케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절반 가르마를 타서는 양 옆으로 땋아내려 밑에서 하나로 모아 묶은 모양새. 산만하지 않도록 정돈해 둔 것에 가까운지라, 묶이지 않은 옆머리는 바람 부는대로 휘날렸다. 

이름을 부르면 당신을 바라보는 이 있다. 어린 시절은 온데 간데 없다 말하듯 이제는 완전히 성인의 테가 났다. 콧잔등을 가로지르고 오른쪽 이마에 커다랗게 새겨진 흉터, 볼과 콧잔등에 콕콕 박힌 주근깨라든지, 두 눈 밑으로 드리운 다크서클은 여전하다. 타고나길 뾰족하다거나 험한 인상은 아니었으나, 쌓인 피로와 동반되는 예민 혹은 강박에 학창 시절처럼 다가가기 쉬운 인상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짙은 눈썹과 딱딱한 눈매 밑에 자리한 연두색 눈동자는 변함이 없어, 당신과 마주칠 적에 희미하게 웃어줄 수 있었으니 당신이 알던 그의 모습에서 완전히 달라지진 않았다 말하겠다.

 

객관적으로 잘생겼다거나 미남이라거나 할 만한 외모는 아니지만, 선이 굵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원하며 타고난 골격이 탄탄한 사내의 몸이다. 연한 쥐색의 니트 목티는 차콜 바지 안에 그 밑단을 넣어 입었고, 단정하게 걸쳐 입은 검은 코트와 단화는 퍽 교복을 입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시력 보호용으로 쓰기 시작했던 둥근 안경 옆에는 마빈이 준 다이옵테스 장식이 달려 있었고, 오른손 검지와 소지에는 제이드가 준 금반지를 끼워두었다.

 

 【 성별 】   【 혈통 】  혼혈
 【 나이 】  25세  【 국적 】  영국
 【 신장/체중 】  184 cm / 76 kg  【 기숙사 】  성 뭉고 병원 소속  치료사

 


지팡이

MAGIC WAND

배나무/유니콘의 꼬리털/11½”

가공 하나 하지 않아 구매했던 시절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나, 마빈에게서 졸업 선물로 받은 지팡이 장식은 꾸준히 매달고 다녔다.

 

 

성격

CHARACTERISTIC


 상식 | 균형 | 소시민 

#상식에 기반하는 | 기초적인 | 도덕성 | 추구하는 올바름

"상식이 무너지는 세계라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돼."

졸업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졸업할 때 즈음에 입학했을 신입생이 다시금 졸업생이 될 만한 시간, 그 지나간 세월 속에서 헬렌은 변함없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무딘 애를 썼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특별 혹은 특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그러니 당연히 자신이 하는 일 역시 거창하게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10년이 흐르면 강산도 바뀐다 한다. 이는 헬렌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지만, 그에게 기초가 되는 모든 상식들은 변함없이 건재했다. 길 잃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고, 넘어져 다친 아이는 손을 잡아 일으켜주며,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주고, 걸음이 불편한 이에게 대중교통의 자리를 양보하는… 당신이 익히 아는 그런 모습은 여전히 그의 일부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 괜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했겠는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변함 없이 당신들이 아는 헬렌 로베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리 남으려고 한다. 상식보다 미지가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그는 그럼에도 제 시선과 마음을 아주 기초적인 것에 두려고 했다.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 일원으로서 사회의 통념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 도리와 윤리 같은 것들 말이다. 어린 소년이 심었던 씨앗은 오랜 시간이 들어 자라나 그를 지탱하는 단단한 대지가 되었고, 그가 쌓아온 모든 것들은 헛되지 않아 그를 이 사회의 어엿한 어른이 되게 하였다.


#균형잡힌 | 안정적인 |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야. 넘어져도 꾸역꾸역 일어나는 법을 아는 거고."

헬렌의 그 성정도 당신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어릴 적 부터 한결같이 그 나잇대 다운 모습 하나 없던 아이는 그대로 자라 지금까지 왔다. 어른이 되었다 하나 누군가는 할아버지 같고 인생 두 번 사는 노인같다 말한 그 성격은 변하질 않은 모양이다. 그는 타고나길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다.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 줄 알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이 행동하지 않으며 딱 상황에 필요한 정량 만큼의 감정만을 표현했다. 그 절제된 감정 속에서 나오는 것들은 가끔 염세적이기도 하고, 체념적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어 사회 생활을 하며 변한 것인지 처방된 약제만큼 칼같던 그 감정에 가끔은 필요 이상의 예민과 강박이 섞여들어가기도 했다.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사항이라지만 어디 감정이 마음대로 되는 날이 있던가. 헬렌은 여전히 제 그릇 외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어느 소설의 하이라이트에나 나올 법한 임팩트있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현재의 안정을 지키는 타입으로, 주변의 환경이 어떠하든지 이리저리 휘말리지 않고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에서 균형을 잡고 중심을 지키는 법을 알았다. 충격에 잠시 흔들리더라도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을 알았으며,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방법을 알았고, 넘어진다 한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법을 알았다. 어느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돌보고, 거리를 지키며 최소한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그가 체득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허나 그렇다 하여 몸과 정신에 쌓이는 피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루하루 가끔은 버겁고, 피곤하며 다 관둬버리고 싶은 날들을 보내곤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제 이름을 부르는 저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순간이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라진 음성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흔한 범인 | 잔정이 많은 | 1인분의 울타리 | 엑스트라의 삶

"그래도 가끔 생각해.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이 바뀌지 않았을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원치 않는 관심과 시선을 받고, 과도한 기대를 받으며 타인의 등쌀에 시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어디있겠느냐마는, 헬렌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곤하고 귀찮아지는 일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호그와트의 입학장이 날아오던 그 날 처럼 다시 한 번 편지지가 날아오고,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평범한 삶에서 성큼 멀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눈에 띄지도, 묻히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싶었다. 이 세상과 인생이 한 편의 연극이라면 주인공이 있을 것 아닌가? 그런 연극에서 그는 주인공이 되길 원치 않았다. 그저 어느 장면 한켠에서 흐릿한 블러처리 되어 나오는, 지나가는 사람 1로 살아가길 소망했다. 어떤 창작물에서든 주인공은 온갖 사건에 부딪히지만 엑스트라에게 그러한 일은 없으니까. 독자들은 관심 없을 엑스트라의 삶이란 그저 자신의 일상만, 제 주변의 테두리 안의 이들만 지켜내면 되는 법이니까. 선택한 직업을 생각해보자면 조금 모순적이긴 해도 말이다. …이러한 것을 설명하기 번거로워 이유를 묻는 말엔 대충 ‘귀찮다’는 말로 두루뭉실하게 대답하는 일이 많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타고나길 잔정이 많은 이다. 한 번 정을 준 상대에게서 잘 정을 떼지 못하며, 말로는 귀찮고 피곤하다, 싫다 해도, 제게 오는 사람 내치지 않고 거부하지 않는다. 세심하게 주변을 살필 줄도 알고, 제게 하는 부탁 거절하는 일도 많지 않으며, 거절한다 한들 꾸준히 조르면 결국 그 부탁에 져버리고 만다. 

 


기타

OTHERS


   1. About the boy.  
#Hellen Giovanni Lorbeer

1-1⧫ 헬렌, 횃불, 햇살. 늘그막한 나이에 얻은 막둥이 아들. 그의 어머니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앞날이 언제나 햇살처럼 따스하고, 어둠 속에서도 어려움 없길 바라며 그리 이름 붙여주었다.

1-2⧫ 지오반니, 신께서 함께하신다. 그게 신이든, 누구든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까지도 네게 호의적이길 바라면서 지어줬지. 그는 언젠가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들었던 그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아득해진 그 목소리를 더듬어가며.


1-3⧫ 로베어, 월계수



#1994.02.16 / Rh+A

월계수 명예 | 드라바이트 인생의 전개
물고기자리 | 자수정 | 삼나무 자신감

1-4⧫ 겨울의 끝자락,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각에 첫 울음을 터뜨렸다.



#He

“그래, 나는 헬렌이지. 네 친구.”
1-5⧫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담담하고 정갈하게, 명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거창한 미사여구 없이 필요한 단어로 조합된 문장을 내려둔다. 완만한 곡선에 가까운, 어조의 높낮이 변화가 적은 낮은 음성. 가끔 다 해소하지 못한 피곤이 섞여들어도 대화할 때 만큼은 그 기색을 지워나갔다.

“성 뭉고 병원, 마법 상해 및 주문 상해과 소속 치료사 헬렌 로베어입니다.”

1-6⧫ 친분이 있는 이에게 기본적인 1인칭은 ‘나’이며, 2인칭은 ‘너’이다. 상대를 칭할 때 역시 친분과 관계 없이 이름을 부르는 편이었으나, 졸업 후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친분이 없는 이는 성씨로 칭하기 시작했다. 주변인에게서 주로 불리는 애칭은 헬리, 손윗누나들이 귀여워하며 장난스레 부르는 애칭은 레니. 이제는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공석에서는 당연한 격식을 차린 채 부드럽고 단호하게 어미를 끊는 투. 적당히 사무적인 친절을 담은 문장을 고수했으나, 사석에서는 글쎄, 여전히 당신이 아는 그와 다를 바 없으리라.

"아직도 그리고 있어. 나도 내 쉬는 시간 정도는 가지니까.”

1-7⧫ 후천적인 양손잡이. 길쭉하게 뻗은 선 굵은 손가락과 넓은 손바닥. 두 손을 모두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으나, 되도록이면 지팡이는 오른손으로 잡으려고 노력한다. 성장하며 글을 쓸 때는 만년필을 애용하게 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필기구 보다는 연필을 더 좋아하며, 연필을 들고 종이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는 취미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처럼 많이 그리지는 못하고, 이제는 그 손에 잡히는 것들은 온갖 약초나 마법약, 치료를 할 때 필요한 것들 따위가 대부분이어도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좋아했다.

“... 세상 일이 책 속 이야기처럼 쉽게 풀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8⧫ 예전처럼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한다. 독서에 대한 취미가 사라졌다거나, 책에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니다. 그저 여느 성인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삶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니 자연히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볕 잘 드는 한적한 장소에 앉아 독서를 하는 시간을 좋아했고, 비문학보다는 문학을,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한다. 그러나 근래들어 자주 읽는 책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온갖 종류의 의학서들이다. 


#Animal

“... … 고맙지. 내가 해주는 것도 없는데 그저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해주니까.”
1-9⧫ 어딜 가든 이유없이 동물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한 명 쯤 있는 법이었고, 여기서는 헬렌이 그런 사람이었다. 어떤 동물이든지 그에게는 예외를 두기라도 한 것 처럼 그는 한결같이 말 못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산책이나 할까 하여 길을 걸어가면 새들이 어깨며 머리 위에 내려 앉고, 산책하던 강아지도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것은 그에게 숨쉬듯 자연스러운 일과 다름 없다. 

“이제 딱히, 그렇게 무섭다거나 그러진 않는 것 같아.”

1-10⧫ 날짐승이건, 들짐승이건 할 것 없이 정신을 차려보면 동물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면 그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 둔감해진 것인지, 다른 신경쓸 것이 많아서 묻혀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 시간이 약이라 괜찮아진 것인지 퍽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이제 몸에 익어진 습관과도 같은 것이지만, 


#Etc

“나도 사람이니까 호불호야 있긴 하겠지. 그런데 그런 거 굳이 나누지 않아도 살아가는 것엔 문제 없지 않나.”
1-11⧫ 그렇다 할 호불호가 없다시피 하다. 허용 범위가 넓기 때문으로, 어지간한 한 것엔 명확한 호불호를 표하지 않으며 대부분 상대에게 맞춘다. 때문에 정확한 분류를 하지 않은, 단순한 호불호를 묻는 질문에는 조금 대답하기 곤란해 하는 편이다. 흔히들 묻는 무엇이 더 좋아? 같은 질문에는 ‘아무거나’, 라는 단골 답변이 준비되어 있고, 자매품으로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좋아’ 따위가 있으니 참고하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건 중요해. 휴식을 위해서든, 심신 안정을 위해서든.”

1-12⧫ 시끌벅적한 장소보다 고요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사람이 많으면 정신이 없어 별로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요, 비단 제가 아니더라도 사람에겐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는 것이 두번째 이유며, 지금껏 사람 적은 한적한 마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 세번째 이유다. 헬렌이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타고난 성정이 그러할 뿐이지. 때문에 한창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는 듯 하다가도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가 볕 잘 들고 바람 잘 부는 곳에 가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2. Family  

#Lorbeer

2-1⧫ 헬렌은 태어난 이후로 제 앞에 호그와트 입학서가 날아들기 전까지 줄곧 머글 세계에서 살았다. 영국 남해안에 위치한 햄프셔 주, 이스트 메온에 지어진 벽돌집. 창문 너머로는 넓은 초원이 보이고, 멀리서는 양 우는 소리와 양치기 개 짖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곳. 볕이 잘 들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흙향기가 풍겨오는 기분이 좋은 장소. 혹자는 재미 없고 지루하다 하지만 평온한 일상을 만끽할 수 있었던 집. 헬렌은 그 고루하다 할 만한 시골집을 퍽 좋아했다. 직장을 마법 세계에 잡았으면서도, 주거지는 그 집에서 변경하지 않았다. 취직 후 기동성을 위해 가족들의 동의 하에 벽난로에 플루가루 네트워크도 설치했으며, 호그와트 재학 중 수강했던 순간 이동도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다.

2-2⧫ 로베어, 가문이라 거창하게 부르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평범한 집안이다. 굳이 소개를 꺼내어 보자면,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농장과 목장을 하고 있다. 그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켠에서는 양을 기르고, 다른 한 켠에서는 과일 나무며 이런저런 채소를 기르는 그러한 농장. 농장의 울타리와 문마다 월계수가 새겨진 만큼 이름도 직관적이다. <로베어 농장>. 주말 농장 격으로 가끔 찾아오는 가족들에게 체험 활동 거리를 내어주기도 하며 작게 캠핑을 할 수도 있었으나… 약 2년 전, 헬렌이 23세가 되던 해, 농장을 운영하던 로베어 부부가 코벤티나 신드롬으로 사망한 이후로 문을 닫고 더 이상의 방문객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하여 현재 로베어 농장은 그저 ‘농장’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


#Parents and Sibling

2-3⧫ 1남 3녀 중 장남이자 막내. 농장 주인이었던 아버지와 꽃집을 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꽤 나이 터울이 나는 3명의 누나를 두고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의 나이도 늘그막하게 얻은 막둥이에, 세 누나와의 나이 차이가 차례로 17세, 15세, 10세인 만큼 온 가족의 사랑과 관심과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흔히들 말하는 ‘우쭈쭈 우리 막내’ 취급을 받으며 자랐다. 시골 마을에서 딸 셋을 차례로 검사, 변호사, 의사를 만든 다정하고 금슬 좋은 부부, 어딜 가든 마을의 자랑이 되는 세 자매, 그리고 제 부모 모시며 농장 일을 돕는 막내 아들… 이상적인 가족이라 감히 말할 수 있었으리라. 하여 헬렌이 나이를 이만큼 먹었는데도 귀여움 받는 막내였던 것은 변함이 없었고, 남매간 우애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너 때문이야. 마법사라며, 그 세계 큰 병원의 치료사라며… 낳아준 부모님 구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그들의 부모가 코벤티나 신드롬으로 사망한 이후로 그들의 관계는 조금 뒤틀렸다. 네가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살아계셨을지도 모르잖아, 이 등신아!

2-4⧫ 이스트 메온의 작은 마을에서 인망 좋던 부부의 장례식은 일가 친척만 모인 채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사람이 보석이 되어 죽어버리는 그 괴상한 ‘병’에 걸린 측은한 부부. 헬렌은 제 부모의 부고를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저 검은 양복을 입고, 시체 대신 산란하는 보석이 든 관이 묻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제 멱살을 잡고 절규하는 누이들의 원망을 그저 묵묵히 받으면서.


“아직 그래선 안돼. 할 일이 남았어. 그 전에 그럴 순 없지.”
2-5⧫그는 이제 더 이상 제 편안한 일생을 욕심내지 않는다. 세계가 그러한 삶은 제게 아직 허락하지 않음을 알았다. 언젠가 이 마을을 벗어나 큰 도시로 가고 싶던 마음도 버려버렸다.





   3. Magic  


#Wizard

3-1⧫ 그는 졸업 후에도 마법 세계를 아예 등지지 않았다. 아니, 등지기는 커녕 아주 마법사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시작한 마법사의 인생을 온전히 좋아했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음을, 헬렌의 보가트가 무엇이었는지 모두가 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마법사의 삶을 버린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이였으며, 실제로 졸업 후 머글 세계에 나가 살 계획까지 모두 세워둔 뒤였다. 그런 헬렌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는 졸업 이후 계획해둔 ‘머글’로서의 제 인생 계획을 대부분 철회하였다. 혼란만 퍼져나가는 이 사회에서 등을 돌리고자 했다면 쉽게 돌릴 수 있었으리라. 외면하고자 했다면 외면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리하지 않음은… ….


#Slytherin

“어디 보자… 거 참, 이런 녀석은 또 신선하구만. 얘야, 그나마 네가 좋아할 곳은 헬가나 로웨나의 품이겠지만, 나는 네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인단다. 그러니 네게 필요한 곳은… …”

3-2⧫ 지략과 야망, 형제애를 긍지로 삼는 재간꾼들의 기숙사. 녹빛 안감을 두른 영광스러운 뱀의 아이. 2011년-따지고 보면 2012년이겠지만- 졸업생. 인간 관계 및 졸업 성적 우수. 졸업 후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학창 시절의 모든 기억들을 애정한다. 아침 일찍 발을 들이밀던 연회장, 나란히 걷던 발걸음, 속삭이던 목소리, 맞잡던 체온, 발이 닳도록 오갔던 교실과 복도 구석구석…, 함께 울고 웃던 시간들, 지금의 그를 만든 헬렌 로베어의 일부. 


#Healer

3-3⧫헬렌은 졸업 후 퍽 바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모든 일상을 보내면서도 당신들과 손가락을 걸었던 모든 약속은 잊지 않았으며, 걱정시키지 않겠다는 말을 지키듯 연락이 끊기는 일도 없었다. 편지를 받으면 최대한 빠르게 답장을 했고, 자신을 찾는 이들에겐 기꺼이 응했으며, 방문하는 이들에겐 집 문을 열어주었다. 당신들은 모두 그에게서 정기적으로 오는 안부 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읽었든, 읽지 않았든지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나는 요즘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낸다는 내용과 더불어 당신의 안부를 묻는 편지는 종종 작달마한 선물과 함께 당신을 찾아갔으리라.

3-4⧫ 18세, 갓 성인이 된 헬렌은 고향 집에서 농장 일을 도우며 A-Level 시험을 준비했고, 가장 빠른 시험 날짜에 응시하여 합격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그의 가족들은 헬렌이 머글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라 예상하였으나, 합격 통지서를 받은 그는 벼락선언을 했다. 마법사회의 치료사가 되겠습니다. 하고. 그렇게 따지면 A-Level 시험은 필요 없는 것이었겠으나, 묻는 말에 그는 최소한 대학 입학 자격 정도는 가지고 싶었다고 답했다.

3-5⧫ 20세가 되기 전, 헬렌은 성 뭉고 병원의 치료사로 지원하였다. 기본적으로 준수한 성적에, 마법약과 약초학에 두각을 보이던 그는 무리 없이 병원에서 견습 치료사로서 교육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 줄곧 마법 상해 및 주문 상해과 전담 치료사로서 근무하고 있다. 근무 태도 및 실력 우수, 주변인과 관계 역시 우수. 환자의 직접적인 치료부터 적재적소에 필요한 마법약 제조까지 너끈하게 해낸다. 이런저런 사고로 환자가 밀려들어와도 불만 한 번, 피곤한 내색 하나 내지 않고 묵묵히 치료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일 당신이 어떠한 사유로든 성 뭉고 병원에 왔었다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를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COVENTINA SYNDROM

“내 환자야. 내 책임이고. 그러니 마지막까지 있어줘야지.”
3-6⧫ 전담한 부서가 부서인 만큼, 그는 매 순간, 코벤티나 신드롬으로 실려 들어온 수 많은 환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마법부 관할 코벤티나 신드롬 대책관리위원회의 협력 기관으로서 조사 및 치료에 동참하기도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치료 불가능. 최소 치사율 88%에 육박하는 그 불치병에 한낱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줄여주는 약을 쓰거나, 환자가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진행을 늦추는 주문을 외워주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헬렌은 언제나 자신이 맡은 모든 환자들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몇월 며칠, 몇 시 몇 분, A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누군가의 사망 선고까지 기어코 외워주면서.

“덕분에 그 저주에 대한 건 눈 감고도 읊을 수 있으니…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야.”
3-7⧫ 지금까지 헬렌이 치료사로 일하며 찾아보지 않은 서적, 사례가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코벤티나 신드롬 환자들을 보며 그는 수많은 죽음을 보았고,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눈물의 바다를 보았다. 그것을 보고도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닥치는대로 관련 있는 모든 글을 찾아 읽었다. 마법 세계와 머글 세계 할 것 없었다. 대책 관리 위원회에 협력하며 나름대로 사태 해결을 위한 연구에 매달리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알아내려 애썼으나, 언제나 노력이 보답하는 건 아님을 그는 깨달았다. 

3-8⧫ 그리 살아오던 중, 호그와트의 입학장이 날아오던 그 날과 같이 다시 한 번 부엉이가 날아왔고, 편지가 떨어졌다. 그는 고민하지 않았다. 편지를 받은 직후 성 뭉고 병원에 휴가 신청을 내었고, 그 길로 나서 호그스미드로 돌아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텍스트 관계

TEXT RELATIONSHIP

 

 
【 아르셀리아 V. 에센바흐 】 
   【 다음달에 또 만나. 】 

졸업과 함께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매 달의 마지막 주 주말에 함께하자고. 가벼운 이야기는 꾸준한 만남으로 이어졌고 서로의 근황을 꽤나 잘 알게 되었다고. 물론 헬렌이 부모님의 부고를 전하지 않았으나, 아르셀리아는 오러로 활동하기 때문에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장례식에도 참여했다고. 그 곳에서 들었던 이야기, 보았던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 언급한 적은 없다. 개인적인 만남 외에도 위원회 관련 업무, 치료사와 오러 간 협력 같은 일로 만난 경우도 있다. 아르셀리아는 드물게 다치면 헬렌에게 치료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종알종알 이어지는 잔소리도 즐겁게 듣곤 한다고. 다음 달에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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